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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시대는 브리태니커보다 위키피디아를 원한다

일범 2009. 9. 4. 10:09
 

하루 평균 870만 회 이상 조회되며, 가장 대중화된 오픈소스 애플리케이션 중 하나. 전 세계 200개 이상의 언어로 서비스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웹 서비스. 세계의 사전 중에서 가장 권위 있다고 알려진 브리태니커보다 정보가 3배 이상 많고, 지금도 정보량이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는 무료 백과사전. 이것은 무엇에 대한 설명일까요? 네, 짐작하신 대로 바로 '위키피디아'입니다. 이 위키피디아가 오늘날 지식의 지형도를 새롭게 바꿔 가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한 번 살펴볼까요?



위키피디아 대문 이미지.

(출처 : www.wikipedia.org)


지식의 권위에 도전하는 위키피디아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인간의 지식을 총체적으로 집적시켜 놓은 것이라고 하면 단연 '사전'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백과사전은, 없는 것 없는 그리고 전문가들의 지식과 경험을 집합시켜 놓은 '지식의 총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전을 편찬할 때는 해당 분야를 잘 아는 교수나 전문가들이 참여하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사전 집필에 참여한 사람들은 권위 있는 지식인으로 인정받게 되지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인터넷과 웹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웹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지식을 찾기 위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거나 비싼 돈을 내고 백과사전을 구입하여 뒤적거리기보다는, 웹에서 '검색'을 합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사전들도 점차 웹에 '지식 서비스'를 하기 시작했고, 웹 기반 사전의 활용도도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심에 지금 소개하는 '위키피디아'가 있습니다.

 

위키피디아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올려진 글에 대해서 누구나 수정할 수도 있는, 그리고 누구나 주인이 되어 운영할 수 있는 무료 백과사전입니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시작해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위키피디아는 웹2.0 시대 집단지성의 대표주자로 꼽힙니다.


날마다 1,700건씩 정보가 증가하는 세계인의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2000년 누피디어라는 인터넷 무료 백과사전으로 시작했습니다. 누피디어의 설립자인 지미 웨일스와 프로젝트 참여자인 래리 생거는 누피디어를 보완할 새로운 공개 프로젝트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바로 위키피디아의 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1년 1월 2일, 벤 코비츠라는 프로그래머가 위키위키라는 개념을 만들었고, 위키피디아가 이 개념을 사용하여 오늘날의 위키피디아(한글판은 '위키백과'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되고 있습니다)로 재탄생된 것입니다. 현재 운영 중인 위키피디아의 온라인 서비스용 서버는 비영리재단인 '위키미디어재단'이 관리하고 있으며, 100만 건이 훨씬 넘는 글이 등록되어 있고, 매일같이 약 1,700건씩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위키피디아는 처음에는 영어로만 서비스를 했으나, 지금은 200개 이상의 언어로 지식을 제공하고 있는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백과사전으로 성장했습니다(출처 : 위키백과 소개 ) .


 

위키피디아의 시초를 연 사람들, 지미 웨일스(왼쪽)와 래리 생거(오른쪽).

이들에 의해 시작된 위키피디아는 현재 200개 이상의 언어로,

그것도 무료로 제공되는 세계적인 백과사전으로 성장했다 (사진 출처 : 위키백과)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하고 공유하는 웹2.0 시대의 아이콘

 

웹2.0 시대는 참여ㆍ개방ㆍ공유의 특성이 있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닌, 사용하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생성된 지식을 개방하고 이를 누구나 사용하여 더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공유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위키피디아는 '위키위키'라는 개념을 차용하여 시작된 때부터 이미 웹2.0 시대의 특징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웹2.0을 이야기할 때 위키피디아가 빠짐없이 나오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위키피디아는 '누구나' 접속하여 자신의 지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비스의 철학 자체가 기존의 백과사전과는 다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누구나'입니다. '누구나'가 생산자이면서 사용자인 그런 서비스가 바로 위키피디아입니다. 위키피디아는 '누구나' 참여하여, 여기서 생성된 지식을 '누구나' 보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이렇게 개방된 지식을 '누구나' 자유롭게 공유하여 다시 재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를 다른 말로 '집단지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위키피디아를 설명할 때 웹2.0과 집단지성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그런 까닭입니다.



위키피디아 홈페이지(왼쪽)와 'Korea'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내용(오른쪽).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키피디아는 '집단지성'의 상징이다.


집단지성의 산물 위키피디아,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

 

그런데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듭니다. 과연 '누구나'가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는 그런 '애매한' 지식을, 즉 집단지성으로 만들어진 지식을 신뢰할 수 있을까요? 다시 말하면 대표적인 웹2.0 시대의 집단지성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를 신뢰할 수 있을까요? 권위 있는 학자들이 주도하여 만든 '권위 있는' 백과사전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생성된 지식이기 때문에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비판받는 위키피디아를 대상으로 2005년 영국의 <네이처> 지가 위키피디아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과학 분야 항목의 신뢰성을 조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요?

결과는 전체적으로 브리태니커와 위키피디아의 정확도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네이처> 12월호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20페이지에 달하는 기사로 보여 주었는데, 조사를 실시한 전문가들은 위키피디아에서는 162개, 브리태니커에서는 123개 정도 오해가 있을 만한 내용이나 오류 내용을 찾았다고 밝혔습니다. 수치상으로는 브리태니커의 승리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은 데다가 그 많은 내용 중 고작 160여 개의 오류가 있다는 점과, 브리태니커는 유료로 그것도 아주 비싼 백과사전이지만 위키피디아는 웹으로 무료로 제공되는 백과사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위키피디아의 압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 웹진화론 ) .

 

게다가 위키피디아를 검증하기 위해 흥미로운 두가지 실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위키피디아에 고의로 잘못된 내용을 적어 놓고 제대로 수정되는가이고, 두 번째는 특정 잡지에 싣기 위한 '위키피디아 소개글'을 교정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 이 글이 '잡지에 게재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수정이 되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입니다.

 

첫 번째 실험은 중요한 내용인 경우에는 몇 시간 만에 바로 수정되었다는 결과가 나타났지만,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되는 부분은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 수정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두 번째 실험은 처음 24시간 동안에는 224회, 다음 24시간 동안에는 149회 수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잘못된 내용은 순식간에 수정이 되고, 그때부터는 문장을 알기 쉽게 고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인용 금지'에도 미국 학생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서비스

 

이 두가지 실험에서 알 수 있듯이 분명히 위키피디아의 지식 생산 방식은 독특하다 못 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만, 한편으로는 특정한 사람이나 집단이 주도하여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참여로 인해 발전하기 때문에 주요한 관심사가 아닌 주제에 대해서는 방치되는 등의 함정도 있습니다. 그래서 위키피디아 측에서는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겠다"고 밝히면서 '지식의 검증' 과정을 거치겠다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출처 : 한겨레 ).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브리태니커와 유사한 수준의 완성도를 제공하기에 충분하며, 실시간으로 지금도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놓고 봤을 때 위키피디아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처럼 '지식의 권위'에 도전하고 있는 위키피디아. 과연 전통적인 의미의 지식인들은 위키피디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미국의 한 대학에서는 과제나 논문에 위키피디아를 인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합니다(출처 : 조선일보 ). 전통적인 지식의 입장에서는 불특정다수가 만들어 내고, 쉽게 '펌'할 수 있는 위키피디아가 그리 반갑게 여겨지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위키피디아는 여전히 미국 내 학생들이 과제나 보고서를 작성할 때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집단지성 서비스라는 점이 아이러니합니다(출처 : bait ).


제2의 위키피디아를 꿈을 좇는 사이트들

 

위키피디아가 웹2.0 시대에 맹위를 떨치고 있다 보니, 관련된 많은 서비스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웹2.0스러운 기업을 꼽으라고 할 때 가장 먼저 입에 오르는 기업이 바로 '구글(Google)'인데요. 구글이 위키피디아의 대항마로 '놀(Knol)'이라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위키피디아의 방대한 지식을 활용하여 위키피디아를 CD로 만들어 제공하는 곳(wikipediaondvd)도 있고, 위키피디아의 자료를 구조화해서 볼 수 있는 곳(wikiexplorer), 위키피디아의 특정 주제를 마인드맵 형태로 그려 주는 곳(WikiMindMap), 위키피디아의 내용을 음성으로 들려 주는 곳(PediaPhon) 등 다양한 사이트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키피디아의 창업자는 위키피디아의 성장세를 등에 업고 새로운 검색엔진인 위키서치( http://re.search.wikia.com )를 개발하고 있다고 하니, 위키피디아의 성장과 확장에 주의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 이 부분의 내용은 http://infosys.iptime.org와 http://www.itviewpoint.com에 나와 있는 자료를 참고로 했습니다).

 

제2의 위키피디아를 꿈꾸며 노력하는 우리나라의 웹 서비스들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집단지성 웹 서비스는 한국적인 웹 환경을 고려해서인지, 위키피디아와는 조금 다른 형식으로 서비스되고 있기 때문에 위키피디아와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집단지성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집단지성'을 서비스의 중심 철학으로 삼아 제2의 위키피디아를 꿈꾸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전' 형태라기보다는 '검색' 결과를 중시하는 '지식검색'으로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형 집단지성의 대표주자인 네이버(naver)의 '지식iN'과 '오픈백과' 서비스가 있고, 다음(daum)의 '신지식'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식iN의 원조격인 '엠파스 지식'이 있습니다.

 

참고로 지식검색의 원조는 한계레신문사가 운영했던 '디비딕'(DB Dic : Data Base Dictionary)이라는 서비스입니다. 이 서비스를 엠파스가 인수하여 운영했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위키피디아에 비견되는 네이버 '지식iN'과 다음 '신지식'이 있다.

이들은 위키피디아처럼 사전 형태가 아니라, '지식검색' 방식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달라진 지식의 생산방식, 사회의 흐름을 바꾼다

 

집단지성은 매우 민주적인 의사소통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부 지적이고 엘리트적인 사람들을 중심으로 지식이 소통되고 정보가 순환되는 일방적인 구조가 아니라 상호협력적인 방식으로 지식이 생성되고 유통되고,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위키피디아의 경우 기존의 권력을 갖고 있는 미디어 집단에서는 질투와 시기를 많이 보낸다고 합니다. 그만큼 위키피디아와 같은 집단지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웹이 발전하면서 검색을 중심으로 지식이 소비되고 있다고 한다면, 위키피디아와 같은 '집단지성'을 중심으로 지식이 생산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던 '지식'이라는 개념을 다시 한 번 정립하여 웹2.0 시대에 맞는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갈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집단지성을 통한 '지식'의 생산은 단순히 웹 서비스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닌 사회 전반적인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마치 ' 위키노믹스 '('위키피디아'와 경제를 의미하는 '이코노믹스'의 합성어) 현상과 같이 말이죠.


- 글

박형주 / 한국생산성본부 사회능력개발원

출처 : 신령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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